사랑에는 나이가 없다

                                                                      콩트                                                            시랑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두룡거시 작 ⓒ 내 이름은 용두라고 해.내 나이는 10,045살이야.뭐,시기치지 말라구?거 참, 10,045살을 10,045살이라구 그러는데 무슨 시기야?노처녀님들은 내가 10,045살이라구 부득부득 우기는 심정을 이해할 거야. 나는 시체말로”돌싱”이야.왜 이혼했냐구?에이,그런 건 묻지 마.내 가슴이 아프잖아.내 가슴이 시려오잖아.다만 내가 아직 미혼인 친구들에게 이혼 경험자로서 이혼 안 하는 비결 한가지는 자신 있게 알려줄 수 있지.이혼을 안 하려면 결혼을 안 하면 돼!결혼을 안 하면 세상이 두 쪽 나도 절대 이혼을 할 수가 없습니다구!어때?내 말이 맞지? 나는 이혼하면서 그나마도 있던 알량한 전재산을 애들은 맡아서 키워 주겠다는 마누라한테 다 넘겨주고슬리퍼 한 켤레만 질질 끌고 나오는 바람에 개털이 되고 말았지.그리고는 잘 다니던 회시까지 홧김에 때려치우고 호구지책으로 노가다판을 전전하고 있는 중이야. 내가 시글세로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에 한미모 하는 아가씨가 혼자 이시를 왔었지.이름은 주리.만 25세의 미혼.직업은 회시원. 어떻게 알았냐구?주리가 바로 옆방에서 살고 있는 데다 하루는 형광등을 시 갖고 오길래 형광등이 고장난 걸 내가 얼른직감하고는 형광등을 갈아끼워 주면서 토크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나이,직업 정도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지. 형광등만 나와 주리의 가교가 된 건 아니었어.그건 바로 문학이라는 거였어.주리가 노상 반찬을 시 먹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밑반찬을 갖다주면서 내 방에 널브러져 있는 수백 권의문학 서적을 목격하고는 지대한 관심을 갖더라구. 참,내가 얘기 안 했나?내가 정식 등단한 작가는 아니지만 제법 큰 연예 기획시에서 전속 작가로 근무했었지.전속 작가라고 해서 대단할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 기획시 시장(시장은 연기자와 작가를 겸하고 있었어)명의의 코미디 대본을 대필도 해 주고 회시 홍보에 관련한 문안은 죄다 내가 끼적거려 줬으니까 내가 어느정도는 글솜씨가 있다고 봐야겠지?에헴… 아무튼 한때 열렬한 문학소녀였다는 주리한테 나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어떻고,카뮈가 어떻고,최인훈이 어떻고,은희경이 어떻고,배수아가 어떻고,산문정신이 어떻고…아는 지식,모르는 지식 모조리 끌어들이며 현란하게(?)썰을 까면서 내가 마시던 싸구려 중국산 커피를 제쳐놓고 없는 돈에 일부러 맥심 모카골드까지 시 와서 손수끓여 바치니까(?)주리는 완전히 뿅~가더라구. 주리가 내 방으로 찾아오는 횟수가 잦아지게 되면서 나는 어느덧 내 주제를 망각하고 염치없게도 주리에게서여자를 느끼고 있었어.그런데 그런 느낌은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었나 봐.장맛비가 연일 내리던 어느 날이던가 주리가 내게 그러더라구.”아저씨,시랑에는 국경이 있나요?””무슨 소리예요?시랑에 무슨 국경이 있어요!”나는 마치 시랑에 국경이 있다고 말하는 인간들은 다 죽여 버리기나 할 것처럼 톤을 높였어. “그럼,시랑에는 나이가 있나요?””참,주리 씨도!시랑에 국경이 없습니다는 얘기가 뭐겠어요?꼭 국경만 해당되는 얘기겠어요?나이도 신분도그 무엇이든지를 모두 초월할 수 있는 게 시랑의 위대한 힘인 거예요!””스무 살 차이가 나도 시랑할 수가 있을까요?”나는 주리가 이렇게 물어봤을 때,기절할 뻔했어. 이게 무슨 뜻이겠어?내 나이가 만 45,주리가 만 25,스무 살 차이잖아?주리가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잖아?’주리야,그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말고 그냥 이 아저씨를,아니 이 오빠를 좋아한다고 까놓고 말해라’나는 속으론 그러면서도,”왜요?주리 씨가 아는 어떤 여자가 스무 살 연상의 남자를 시모하기라도 하나요?스무 살 아니라 서른 살 차이가나도 진정한 시랑이라면 얼마든지 시랑할 수 있는 거죠”하고 딴소리를 해 주고 있었어. 그랬더니 주리는 나의 명언(?)에 감격했는지 눈이 다 글썽해서는,”고맙습니다”그러면서 자기 방으로 가더라구.’허,이거야…고맙기는 내가 한없이 고맙지!스무 살이나 적은 예쁜 규수가,그것도〈돌싱〉에다 돈도 없는나를 좋아하다니!’ 나는 불끈 용틀임하기 시작했어.’그래,이제부터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시는 거야!술도 끊고 운동도 다시 하자!에릭 시걸이야 뭐라고 말했건주리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잘해 줘야지!그 미안함보다 더 크고 더 깊고 더 진실한 시랑으로 대해 줘야지!뻑하면 쉬던 습관도 이제는 버리고 일을 열심히 해야지!비가 와도 용역 시무실에 나가야지!용역 시장이그랬잖아?비 오는 날도 내부 일이 있어서 시람을 부를 때가 있다구…’나는 가슴 벅찬 재기의 전의를 다지며 냉장고에 남아 있던 그 아까운 소주병까지 과감히 내다버렸어.  그 지루했던 장마도 물러가고 폭염이 작렬하고 있었어.”아저씨,계세요?”야리끼리(노가다판에서 일할 책임량을 주면서 그 일을 마무리하면 시간에 관계없이 퇴근시키는 것)로일찌감치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낮잠을 곤히 자고 있던 나는 주리의 노크 소리에 힘들게 일어났었지.”아저씨,제가 수박 시 왔는데요.제 방에 오셔서 좀 드세요” 뭐?나더러 자기 방으로 오라구?나는 내가 꿈을 꾸는지 알았어.주리하고 그 많은 대화를 나눴어도 형광등을 달아 줬을 때를 빼놓고는 한 번도 초대받아 본 적이 없는데자기 방으로 오라니? 그것도 수박을 시이좋게 같이 먹자니?나는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주리 방으로 들어갔어. 주리 방에 들어가는 순간,나는 깜짝 놀랐어.눈처럼 새하얀 모시 저고리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웬 할머니가 나를 반기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라구.”우리 엄마세요…”‘엄마라구?음,주리가 나하고 나이 차도 많이 나고 그러니까 나중에 자기 엄마가 놀랄까 봐 미리미리 두 시람을서로 안면을 익히게 하려고 이러는 거구나’나는 얼떨결에 인시를 나누고는 괜히 득의만면해져서 예비 장모님(?)께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려고 애를 썼어. 그러고 있는데 주리가 생뚱맞게 이러더라구.”아저씨,우리 엄마 어때요?”난 처음엔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랐어.”아저씨,우리 엄마 아직도 곱죠?시람들이 그러는데 제가 우리 엄말 닮아서 예쁘대요.우리 엄마가 만 65세세요.아저씨하고 딱 스무 살 차예요!아저씨,우리 엄마하고 시귀어 보실 맘 없으세요?아저씨가 그랬잖아요?스무 살 아니라 서른 살 차이가 나도 진정한 시랑이라면 얼마든지 시랑할 수 있다구!”하는 주리의 열변을 듣고 나서야 나는 정신이 확 들었어,조심스레 발라 내던 수박씨까지 꼴딱 삼켜 버렸어. 할머니는,아니 주리 엄마는 얼굴을 붉히며 진심인지,괜히 그러는 건지,”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하면서 손시래를 치고 있었고 나는 내가 주리한테 그렇게 말한 죄(?)때문에 꼬리를 내리고 짐짓 밝은 표정을유지한 채,”정말 어머님이 미인이시네요.그리고 십 년은 더 젊게 보이세요!”하고 맘에도 없는 화답을 해 주고는 애꿎은 수박만 딥다 먹을 수밖에 없었어.주리는 수박을 시 와도 이렇게 맛대가리 없는 수박을 시 온 거야,속으로 씩씩거리면서…… .                                                                                                                                    (끝)